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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오락

11. 트로피코5

by 쥬캉 2021.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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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뭐로 했나: PC
난이도: 보통
플레이타임: 25 시간

 

2. 뭐 하는 게임인가?

뜨거운 햇살, 넘실대는 푸르른 파도와 하늘. 나무엔 달콤한 열매가 맺히고 원색의 화려한 꽃들은 춤을 추듯이 피어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열대 낙원을 발견했다면 해야 할 일은 한 가지죠. 바로 독재입니다. 트로피코 5입니다.

 

3. 건전한 도시경영

엄밀히 말해 트로피코는 독재자 시뮬레이터는 아닙니다. 당신이 무소불위의 독재자가 된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의 탑 5에 드는 대답은 대부분 할 수가 없습니다. 굶어 죽어가는 국민들을 높디높은 황금 궁전에서 내려다보며 주지육림을 즐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 손엔 사자를, 한 손엔 뱀 머리를 쥐고 지구를 밟고 있는 거신상도 만들 수 없죠. 눈에서 빔이 나오는 치적 영화 한 편 못 만드는 이름뿐인 독재자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4. 정직하긴 하지

엄밀히 말해 트로피코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경영 시뮬레이터는 독재자 시뮬레이터입니다. 선출된 적 없고 쫓아낼 수 없으며 모든 정책을 본인이 결정하죠. 대게의 경영 게임의 게임오버는 지배할 대상이 파산하거나 다 죽어 없어졌을 때일 텐데요, 트로피코는 독재자가 메인인 만큼 독재자가 아니게 되면 지게 됩니다.

선거에서 지거나, 국민들이 봉기를 일으키거나, 미국이 민주주의를 배달하러 올 수 있죠. 권력은 세습할 수 있지만 한 번 축출되면 끝입니다.

 

5. 공산주의 농담은 위험해

대한민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사이트에서 공산주의 농담을 하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저는 헌법이 뜨자마자 민주주의를 천명하고 꼬박꼬박 선거를 치렀습니다. 정치체계는 독재의 본질이 아니므로 민주주의 독재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불만스럽게도 선거는 하거나 막거나라서 꽤 공정합니다. 선거 공작은 아주 약간의 개입만 가능하죠. 우리 열대 섬 주민들의 시민의식과 정치참여 열정을 140% 발휘하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군인과 경찰을 이용한 독재는 서서히 나락으로 빠져가는 기분이 듭니다. 불안이 계속 높아져서 점점 권력이 위협받거든요. 독재자 게임이 독재자다운 짓을 안 할수록 쉬워진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세뇌라든지 문화검열이라든지 매스게임이라든지 주민들을 통제할만한 좀 더 독재자다운 기능이 많았으면 좋았을 겁니다.

 

6. 모두가 엘 프레지덴테를 좋아해

게임은 선합니다. 사악한 기능은 많지 않고 효율도 좋진 않죠. 주민들을 통제하고 착취하는 것보다 자유와 선택권을 넓히고 행복하게 하는 기능이 더 많습니다. 엘 프레지덴테가 하는 거의 유일한 독재자다운 짓은 스위스에 비자금을 모아두는 것인데, 이 비자금은 어디다 쓸까요? 바로 엘 프레지덴테와 가족들을 교육해 더 나은 정치를 하는 데 씁니다. 정말입니다. 그 외의 기능이 없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엘 프레지덴테의 허물은 그저 국민들에게 인기가 너무 많다는 것뿐입니다. 이 게임엔 독재의 부패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죠. 스토리는 진짜로 엘 프레지덴테가 좋은 사람입니다. 게임 내에서 엘 프레지덴테를 띄우는 바보 같은 말들을 농담으로 하는데, 놀림당할 만한 일은 한 적이 없는 겁니다.

게임이니까 유저가 승리해야 한다와 독재자는 우스꽝스러운 욕심쟁이다 라는 농담이 충돌합니다. 시뮬레이션 유저들은 누구보다 사악해질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 게임은 거기까지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농담으로 놀릴 수 있는 한계와 현실의 끔찍함 사이에서 잽싸게 발 빼고 타협한 걸지도 모르죠.

 

7. 총평

- 트로피컬 +10
- 트로피컬풍 음악은 언제나 듣기 좋죠
- 게임 내 농담은 옛날식 과장된 콩트지만 전반적으로 무척 재밌다고 느껴지는데 로딩팁의 공이 매우 큽니다.
- 사실은 게임보다 로딩팁이 더 재밌습니다.
- 4가 라이브러리에 있었다는 걸 다 깨고 알았습니다.
- 도로와 전기망의 중요도가 낮은 편
- 캠페인마다 진행도가 공유되어서 처음부터 잘 쌓아가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사태가 일어납니다.
- 엘 프레지덴테란 단어는 왜 그렇게 재밌게 들리는 걸까요.
- 스토리는 전반적으로 아이러니입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어요. 유저를 총살할 수는 없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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