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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오락

10. 13기병 방위군

by 쥬캉 2021.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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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3기병 방위군
뭐로 했나: ps4
난이도: 보통
플레이타임: 35 시간


2. 뭐 하는 게임인가


소년소녀들이 거대 로봇을 타고 괴수들과 맞서 싸우는 일에는 아무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13기병 방위군입니다.


3. 가장 큰 수수께끼는 일본인들의 사회생활


제목답게 13기병의 주인공은 13명입니다. 조종 가능 인물이 13명이고 등장인물은 더 많죠. 등장인물은 전원 일본인이며 모두 일본식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보자. 일본인들은 대체로 3~4자의 성을 가지고 2~3 자의 이름을 가지고 있네요. 대략 36 단어 정도만 외우면 됩니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한 사람의 과거, 현재, 꿈, 좋아하는 것, 겪은 사건 등등 많은 것을 알게 되지만, 이름만은 기억할 수가 없어요! 일본인들 이름 너무 어려워! 일본인들은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는 거야! 나는 히키코모리가 되겠어!!
아마 이건 제가 대량의 일본인들이 나오는 게임을 해본적이 없어서 겪는 일일 수 있겠죠. 13명은 너무 많습니다.


4. 꼬리에 꼬리를 무는


최근 물음표가 부족했다면 이 게임은 최고의 선택입니다. 한 번 스토리를 진행할 때마다 물음표를 최소 3개에서 6개까지 얻을 수 있거든요! 스토리는 의도적으로 이해 못 하도록 구성되었고, 어려운 등장인물들의 이름까지 겹쳐서 대체 뭔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음 스토리에서는 물음표 2개를 느낌표 2개와 바꿔주고, 물음표 5개를 더 얹어주죠.
최종적으로 이 게임의 목표는 모든 물음표를 느낌표로 교환하는 것, 진상 알고 도전하는 것입니다.
초반 스토리가 몹시 불친절하기에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생각보다 많이는 필요하지 않아요. 애들이 다 귀엽게 생겼거든요.



5. SF 비빔밥


우리는 SF를 할테다!! 라는 강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13기병에는 SF 클리... 소재가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거의 다 나와요. 이 게임에서 쓰인 소재보다 안 나온 소재를 찾는 게 더 빠를 겁니다. 음. 안 나온 게 뭐가 있지? 막상 생각해보니 별로 안 빠르네요.
많은 SF작품이 그렇듯이, 이 게임도 레퍼런스를 말하는 것만으로 스포일러가 됩니다. 그 레퍼런스들이 상당히 유명하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아닌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그런 것입니다. 대충 말하자면 터미네이터, ET, 블레이드 러너, 매트릭스, 스페이스 오디세이, 고질라 뭐 그런 거 있잖습니까. 그런 게 일본식 하이틴과 로봇물에 들어있는 것이죠. SF팬 여러분, 여기가 잘난 척 할 타이밍입니다. 레퍼런스! 더 많은 레퍼런스!!
또한 이 게임은 세카이물이기도 합니다. 게임적으로는 전략 시뮬레이션이고 연출적으로는 워킹 시뮬레이션이겠네요. 와! 장르가 참 많기도 하다!
이 게임은 SF의 장르 공식을 충실히 따르기 때문에, 스토리가 매우 복잡하게 진행되는 듯 함에도 맥을 잡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반전은 있지만 눈치채기 어렵지는 않죠. 스토리가 무리하지는 않거든요.
아, 맞아. 이 게임에 그거 안 나오네요. 인종차별적인 사이드킥!


6. 스토리가 무리하지 않는다고?


양파 키우기 실험을 해봅시다. 다섯 개의 비커를 준비합니다. 하나는 수돗물, 하나는 천연 암반수, 하나는 한 병에 오천 원 하는 고급 생수고 하나는 빗물입니다. 나머지 하나에는 구정물을 채워보죠. 그리고 뭐가 가장 잘 자라나 두고 보는 겁니다.
이것은 별로 좋은 실험이 아닙니다. 구정물 양파로 뭘 알 수 있습니까? 역시 구정물에서 양파는 살 수 없다, 죽어버린다? 만에 하나 구정물 양파가 쑥쑥 잘 자랐다고 칩시다. 그건 무슨 의미입니까? 일본인들에게 풍요는 사치다? 국민 총옥쇄? 뭐야...?
13기병에 태평양 전쟁 말엽 일본 본토가 `정상 사회` 중 하나로 나오는 것에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게임의 본질이기도 하죠.
바로 교복입니다. 옛날 교복이 필요했거든요.


7. 이 모든 것은 사실...


교복입니다. 교복 때문이었습니다.
13기병은 나름 정통적인 SF답게 모든 질문에 모든 답을 준비해놨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답은 `교복 때문이다` 로 치환 가능합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죠? 교복을 입힐 핑계가 필요했어요. 왜 이들이 선택받았습니까? 교복이 잘 어울리니까요. 왜 이런 시대가 필요하죠? 다양한 시대의 교복이 나와야 하니까요. 왜 작중 메인 시대는 1985년입니까? 여자 체육복이 팬티이던 시절이니까!
그렇습니다. 교복 때문입니다. 잘 보면 이 친구들 사석에서도 사복을 입지 않아요. 언제나 교복 차림입니다. 모든 것이 교복을 위해 돌아가는 게임 답게 13인 모두 다양한 교복이 잘 어울리는군요. 참 잘 된 일입니다.
한 가지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로봇에 탈 때는 교복을 안 입잖아요? 사실 아무것도 안 입죠. 이들은 언제나 교복을 입지만 로봇을 탈 때는 안 입는다. 그 말인 즉슨, 로봇 = 교복이란 겁니다.
즉, 이 게임은 13 교복 방위군인 겁니다.


8. 총평


- 이 게임의 가장 큰 진입장벽은 타이틀 입니다.
- 전투 파트는 구색맞추기입니다. 매우 쉬워요.
- 센트리와 드론만 양산했어도 모든 전쟁에서 이겼을 겁니다. 쓸데없이 이족보행 병기 따위를 만드니까 지는 겁니다.
- 맞아요. 전 인형병기를 싫어합니다! 국방비 낭비라구!
- 엔딩 이후 후일담이 있습니다. 최종 보스 전 후에 저장해야 하는데 자동저장 게임의 수동저장이 게임 전체에서 최종 보스 잡고 난 뒤 처음 나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취소를 눌렀고 빡쳤죠. 거기서 저장 안 하면 보스 다시 깨야 함.
- 일방통행 게임인데 저장 슬롯은 왜 이렇게 많나요?
- 미래에도 인공 안구는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도수 없는 안경일까요?
- 냉정하게 따져보면 이상한 설정이 한두 개가 아님. 모든 진상이 밝혀진 후, 이 머저리들이? 라는 여운이 깊이 남습니다.
- 번역상태는 꽤 좋네요.
- SF 장르에 대한 일본식 러브레터.
- 장르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집니다. 물론 교복물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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