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룬 팩토리4 스페셜
뭐로 했나: 스위치
난이도: 보통
플레이타임: 120 시간
2. 뭐 하는 게임인가?
농장 시뮬레이션 + RPG
중요한 임무를 위해 비행선을 타고 가던 주인공은 습격을 당해 그만 기억을 잃고 작은 시골 마을에 떨어집니다. 용이 다스리는 마을에서 왕족으로 오해받은 주인공. 갑작스러운 귀농 라이프가 시작됩니다!
3. 농업과 힐링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농장 시뮬레이션 게임은 흔히 `힐링` 장르로 여겨집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장르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하베스트문의 엔딩은 농사짓는 주인공의 부모님이 찾아와서는 `아이고 이 자식아 니가 이러려고 집을 나갔냐 망할 것아ㅠㅠ` 였는 걸요. 멀티 엔딩이었다는 건 중요하지 않아!
농장게임에다가 전투를 접목해보자! 는 아이디어는 의외로 농장게임의 시초와 거의 궤를 같이합니다. 오래되었죠. 아주 조용히 지금까지 명맥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룬 팩토리 시리즈 입니다.
4. 우쭈쭈쭈쭈
농사를 짓는 것과 악당을 물리치는 건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사실 별 관계는 없습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거든요. 최강의 무기를 만들기 위한 재료는 밭이 아니라 던전에서 나옵니다. 농사는 농사, 전투는 전투. 따로 놉니다.
그러면 두 파트를 어떻게 붙여놨느냐? 모든 행동에 보너스를 주는 거로 해결합니다. 네. 모든 행동입니다. 걸어 다니시나요? 참 잘했어요. 체력 업! 밥 먹나요? 참 잘했어요. RP업! 물건을 던졌어요? 참 잘했어요! 체력이랑 RP를 둘 다 올려드리죠!
유치원 교사도 이렇게 칭찬 스티커를 남발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면 칭찬 인플레가 발생해서 유치원 디폴트가 일어나겠죠. 다행히 룬 팩토리 4에서 칭찬 버프를 퍼준다고 전투력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다음 단계 던전 요구 전투력이 거의 두 배씩 늘어나거든요.
5. 쫓기는 진행
고대문자 공장4의 메인 스토리는 3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스토리 진행에 따라 등장인물들이 추가되며, 3부 끝까지 가기 전에 주요 인물 중 하나가 내내 실종상태가 됩니다.
목가적인 농장생활은 스토리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나 뒷전입니다. 메인스토리는 죄다 때려 눕히는 걸로 해결되기 때문이죠. 마을에 사람들이건 기능이건 숭숭 빠져있으니 최대한 빨리 해결해서 채워놓자! 는 마음으로 다 때려 눕히고 나면 의외로 이후에는 별게 없습니다.
천천히 느긋하게 작물이 성장하는 걸 구경하려고 하면 마을 주민들이 흑흑 우리 친구가 납치당해서 너무 슬퍼 ㅠㅠ 이러면서 돌아다니는 꼴을 계속 봐야 하죠.
쫓기는 진행이 단점은 아닙니다. 분명 엄청 급하게 하던 기분이 드는 것 같은데 플탐은 수십시간을 훌쩍 넘겨 있거든요. 농장 장르 비중이 적더라도 농장 게임의 미덕은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6. 따지자면 시골 외지인 납치 강제 노역이잖아
상호 작용은 꽤 괜찮은 편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지맘대로 돌아다니고 있는데 지 내킬 때 선물을 주거나 필요한 물건을 부탁하고, 지 내킬 때 같이 놀러 가자고도 합니다. 작은 마을답게 별 시답잖은 사건도 온 마을에 소문이 퍼지죠. 참 생동감 넘치는 마을이네요.
지 마음대로. 이게 참 중요한 요소입니다.
씨앗부터 심어서 노력으로 정직하게 작물을 길러 먹는 농장 게임치고는 랜덤 요소의 비중이 큽니다.
특히 이벤트.
이벤트에 조건이 아예 없습니다. 그냥 운빨이에요!!
막혀서 찾아봤는데 님 운이 없어서 그럼^^ 라는 글을 봤을 때의 좌절감이란!
7. 고풍스러운 스타일
농장 게임은 인생 게임의 한 갈래입니다. 인생 게임답게 연애, 결혼, 육아도 세트로 들어가 있는데요. 즉, 어느 정도는 캐릭터빨 게임이란 것이죠.
룬 팩토리4의 그래픽은 좋게 말해서 고풍스럽지 냉정하게 말하자면 구닥다리에요. 이게 2010년도 초반에 나온 게임의 재탕판인데 10년대에도 이미 유행이 지난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선택하지 않을 겁니다. 스위치 마켓 내 홍보용 스크린샷은 깜짝 놀랐죠. 아마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고민을 접고 이 게임을 안 샀을 겁니다. 와 골라도 뭐 저런 스샷을.
00년대 유아용 애니메이션 그림체인 탓인지 어쨌는지 등장인물 전원이 성인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초딩처럼 보인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초딩이랑 결혼해서 초딩을 낳는다니 배덕감이 장난 아니네요. 해서 전원 공략의 꿈을 접고 강제 일편단심이 되었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3초짜리 애니메이션은 정말 의미불명입니다. 어필하는 중이란 건 압니다. 단지 그걸 본 제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죠.
8. 총평
- 모든 행동에 점수를 주는 시스템은 굉장히 좋습니다. 유치원 다시 다니는 기분.
- 게임성은 허술해도 재미있는데 그래픽이 점수를 엄청나게 깎습니다. 내성이 필요합니다.
- 타이틀 그래픽과 인게임 그래픽이 다른 게임은 제작진도 이미 문제를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 그렇게까지 배색이 안 맞는 변신은 처음 봅니다.
- 성우진이 꽤나 화려하네요.
- 계속 욕하는 거 같은데 농장 장르 특유의 무심, 계획, 반복의 3박자는 제법 잘 맞습니다. 이것도 욕 아닙니다.
- 몬스터를 죽창으로 쑤셔도 페스토 채식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살면서 본 가장 기묘한 DLC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위치 버전은 스페셜이라고 DLC 합본이라는데, 애초에 이게 따로 팔린 겁니까? 일러스트레이터에게 한 컷당 그릴 시간을 3분밖에 안 준겁니까? 이게 대체 뭔가요??
- 요즘 농장 게임이 제철인데 이 시리즈도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인디인척 하고 슬쩍 PC로 넘어오는 건 어떻습니까.
- 그러고보니 농사 이야기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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