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데: 쿠팡 플레이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미드웨이 해전 영화.
진주만에서 크게 당한 미국은 복수를 원하지만 상황이 유리하지는 않았습니다. 선빵을 맞았고 자칫 잘못하다간 전선이 본토로 확대될 수 있었죠. 일본은 전 함대를 끌고 오고 있는데 그에 맞설 미국 해군 전력은 숫적으로 열세였고 장비도 구식이었습니다. 몇 가지 전략이 통했지만 거의 자살 미션에 가까운 일이었고 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일본은 미끼를 흔들어 주의를 끌고 미드웨이를 총공격하기로 합니다. 미 해군은 이 정보를 감청해 냈고 미드웨이에서 일본군을 기다립니다. 반격의 시간입니다.
전투기 조종사들을 중심으로 장교들, 암호해독부, 일본군들의 에피소드들이 시간순으로 진행됩니다. 공중전이 메인이라 다른 부분의 활약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공중전은 엄청난 포화 속에서 날아다니며 폭격하는데 안 맞는 것도 놀랍고 맞는 것도 놀랍습니다. 거의 충돌 직전까지 낙하해서 폭격하는데 성공율은 그다지 높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전투기 조종사는 많이 죽습니다. 아주 많이 죽어요. 미군 일본군 할 것 없이요.
주인공 격인 베스트는 부조종사가 말하 듯이 집에 안 돌아갈 사람처럼 돌진하는데, 폭격기 시점에서 보면 완전히 미친 짓입니다. 동료들은 죽어나갔고 실시간으로 죽어나가는 와중에, 그렇게 죽은 동료들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에 괴로워하면서도, 그거랑 적 함대에 돌진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인가 봅니다. 한 대만 잘못 스쳐도 죽는 대공포가 후쾅쾅쾅쾅 하고 있는데요. 거기에 정면으로 들어가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오는데 대단한 강심장입니다. 그렇게 항모를 두 대나 박살 냈어요! 그중 하나는 유명한 일장기 골든아이군요.
암호해독팀에 관한 내용도 꽤 길게 할애됩니다. 진주만에도 암호해독에 관한 뒷 이야기들이 많이 있는데 잠깐, 저 사람이 그 사람이던가요? 아무튼 암호해독에 성공하고도 대응을 못했던 진주만과 달리 미드웨이는 정보전의 힘이 컸습니다. 암호해독팀의 의견이 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역사는 많이 바뀌었겠죠.
일본군에 대한 묘사에도 경의가 담겨 있습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잘못된 선택을 내리긴 했지만 군인으로 최선을 다하고 인간이기도 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영화는 전쟁의 잔혹함보다는 전쟁에 대한 경의로 가득하거든요. 그게 적일지라도. 역사물을 역사인식을 배제하고 볼 수 있는가 하면 그건 불가능하겠죠. 적어도 저에게는 불가능합니다. 2차대전 영화에서 일본군이 죽는 장면은 언제나 보기 좋죠.
미군 몇을 도운 댓가로 중국 민간인 25만 명이 학살당한 장면은 매우 짧게 지나가는데도 영화에서 가장 슬픈 장면이며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부분이 실화에서 따온 내용이겠죠.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영화 촬영 감독이라든지 뽀각하는 어뢰라든지. 양쪽의 무게감을 비슷하게 주기 위해 일본군의 만행 및 실책이 축소된 감이 있습니다.
- 가볍게 보기 좋은 전쟁영화였습니다. 전쟁영화에 달기엔 이상한 평 같은데 아무튼 네, 뭐.
- 전쟁에 대한 경의(뽕)가 가득한 나머지 사람 목숨이 한 다섯개쯤 되면 전쟁도 할만하지 않나 싶을 정도인데 사람 목숨은 하나뿐이니 전쟁은 하지 말아야겠죠.
- 전투기 조종사들은 그게 어떻게 진짜 가능한 거죠. 제정신이 아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상황에서 제정신인 게 더 정상이 아닌가 싶고 그렇습니다.
- 전 아직도 인간은 날아다녀선 안 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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