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오락

12. 언차티드: 네이선 드레이크 컬렉션

쥬캉 2021. 6. 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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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언차티드: 네이선 드레이크 컬렉션
뭐로 했나: ps4
난이도: 보통
플레이타임: 22 시간 (7+8+7)


2. 뭐 하는 게임인가?

게임의 스토리가 포르노의 그것과 같은 취급을 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포르노의 수준은 많이 올라갔죠.
게임계의 네러티브와 플레이는 많은 기술적 발전을 이뤘지만, 항상 발전속도가 같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3D 플랫폼의 여명기인 폴리곤 대침공 시대를 지나, 00년대 중반부터 전통적인 의미의 `고전` 이후의 게임이 등장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게임계의 `근대` 시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새로운 기술적 혁신이 대량으로 등장하면서 좋은 게임 시리즈가 많이 시작된 시기입니다. 사람들은 게임업계가 보여줄 미래에 대해 크게 기대했죠. 그러면서 게임의 네러티브, 그러니까 스토리에 대한 요구수준도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연출적으로는 오프닝 영상으로 존재하던 `시네마틱 영상` 이 플레이 중 본격적으로 삽입됩니다. 영화 같은 게임. 당시 게임의 로망이자 궁극적인 목표였죠.
이 이야기가 대체 어디로 가느냐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목적지는 여깁니다. 대량 연쇄 연속 살인범의 국제적 절도와 유물밀수에 관한 신나는 모험담, 언차티드: 네이선 드레이크 컬렉션입니다.

 

3. 뭔 말을 하려고 서론이 장황해

우연히 최근 이 게임에 대한 흥미로운 댓글을 보았습니다. 내용은 대충이랬죠. 네이선 드레이크는 작중에서 유쾌한 모험가지만 실제 유저가 체험하는 건 백 단위의 대량학살이라고요. 정말로 그렇습니다. 주인공 드레이크는 정부에 소속된 것도 합법적인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닌 그냥 보물 사냥꾼이고, 마찬가지로 정부에 소속되지도 합법적인 것도 아닌 그냥 갱단과 남의 보물을 두고 싸웁니다. 여기에는 좋은 사람도 무고한 사람도 없습니다. 조연 중에는 있을지 몰라도 주연은 모두 현대사회에서 배척해야 할 악인입니다.
그렇지만 언차티드의 분위기는 밝고 명랑합니다. 방금 전 총격전으로 수십의 청년들이 목숨을 잃은 곳에서 농담 따먹기를 할 수 있는 겁니다.
압니다, 알아요. 이건 진지한 게임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죄악은 이들이 시작한 것도 아닙니다.

 

4. 인디아나 존스!

생명경시 풍조와 인류 유산에 대한 반달리즘이 어드벤처 장르의 원죄라고 말하면 상황을 너무 과장하는 거죠. 인디아나 존스는 멋지잖아요! 휘황찬란한 보물과 숨겨진 역사를 찾는 여정은 두근두근 신나는 일입니다. 실제 고고학과 달리요. 거기에 약간의 장애물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죠. 실제 고고학과 달리요.
미답은 인디아나 존스의 영혼을 담은 게임입니다. 게임으로 옮기면서 계속 튀어나오는 인간 장애물 숫자에 0이 하나 더 붙었을 뿐이죠. 무시무시한 듯 계속 겁을 주지만 대량학살이라고 해도 잡는 건 그냥 졸개들입니다. 90년대에 졸개들은 인권이 없었습니다. 그 시절 갬성입니다!

 

5. 하지만 시대는 변하지

언차티드: 네이선 드레이크 컬렉션은 3개의 게임 합본입니다. 1,2,3 개의 게임을 한 게임 가격에. 와 싸다!
이렇게 옛날 게임을 묶어서 다시 내는 건 아주 좋은 선택입니다. 한 번에 시리즈를 다 해보다 보니 여러 가지 발전사가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그래픽은 물론이고 모션, 기믹, 연출, 네러티브 모두 더 나아지고 있죠. 게임 플레이(총질)은 별 변화가 없습니다만.
그거 아시나요. 이미 죽은 지 오래된 옛날 사람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으면 내가 다 키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6. 어드벤처 로망

언차티드는 좋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시대니 역사니 그런 소리는 집어 치워두고요. 좋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잘하고 있다! 는 느낌이 들게 하는 거죠. 벽타기 길을 한 번에 찾아서 슉슉슉슉 진행하는 것 등을 말합니다. 일직선 게임이라 길이 그것밖에 없는데도 나 한 번에 길 찾았어! 천재인가 봐!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줘야 하는 거죠. 그 방면에서 상당히 훌륭한 점수를 받습니다.
다른 하나는 관광입니다. 멋진 풍광과 멋진 기믹이죠. 관광지 문화 체험 이벤트는 어드벤처 장르에서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언차티드에는 소소하게 넣어줬습니다. 이거도 높은 점수를 받죠.
그래서 말하자면, 언차티드: 네이선 드레이크 컬렉션은 재밌는 킬링타임용 액션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상쾌한 관광지의 풍경을 구경하며 나쁜 놈들을 쏘는 머리를 쉬게 하는 게임인 거죠. 진지하게 생각하는 건 시간 낭비랍니다.

 

7. 총평

- 진지하게, 드레이크는 보물 사냥꾼에 재능이 없어요. 직업을 바꾸는 게 좋을 겁니다.
- 옛날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게임도 좋아하실 겁니다! 왘ㅋㅋ 저 놈 방금 전까지 죽인다고 협박하던 악당 걱정을 하고 있엌ㅋㅋㅋ
- 개발사 너티독은 이 생각 없는 대학살에서 뭔가 교훈이라도 얻은 건지 훗날 나름 진지하게 생각하며 대학살 하는 라스트 오브 어스를 출시하게 됩니다. 그 뒤의 일은 순수한 즐거움이죠.
- 게임계의 영화 짝사랑은 이제 끝나야 합니다. 클리셰는 바보 취급할 때만 재밌는 거에요.
- 아니면 클리셰를 몽땅 다 집어넣거나. 이거는 진지해도 웃깁니다.
- 1탄 하고 나서 좀비를 죄다 스페인인들이라고 부르고 싶어졌는데요. 이럴 때는 정말 스트리밍을 하고 싶군요.
- 무한 스테미너는 사랑입니다.
- 관광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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